간단히 말하자면 검투장에서 보낸 것 중 최고의 밤이었어. 내 인생 최고의 밤이었다고! 페이드 로타가 싸우는 걸 직접 봤잖아. 직접 보지 않으면 절대 몰라. 다들 속이 아플 정도의 선혈과 잔인한 광경은 본 적 있겠지만, 그건... 종교적인 경험이었어.

사람마다 제일 좋아하는 전사는 다 다르지. 하지만 페이드 로타처럼 매력과 기교를 갖춘 전사는 없을걸. 예술이야! 남작님의 조카인 귀족이 전투장에 있는 모습만으로 구경거리인데, 페이드 로타는 모든 관중이 사랑에 빠지게 만들지. 치명타 직전의 그 순간에는 온 경기장이 그 우아한 모습에 감격해 고요해졌다니까. 다들 자신이 어떤 특권을 누리는지 알고 미소 짓고 있었어. 그리고 맹세하는데,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만큼이나 확실한 건, 페이드 로타의 상대도 최후의 순간에 미소 지었다는 거야. 어쩌면 그건 서투른 초보자가 아니라 진정한 예술가의 손에 예술 작품으로 탄생할 거라는 것을 깨달은 진흙 덩어리나 빈 캔버스가 띄운 미소였는지도 몰라.

페이드 로타: 죄송합니다, 삼촌. 하지만 투우는 아트레이데스의 전통입니다. 그런 황소는 처음 보는 듯이 굴더라고요. 뭐, 솔직히 말하면... 황소가 그런 꼴이 된 걸 처음 보는 것 같긴 했어요.
하코넨 남작: *해독 불가*
페이드: 취향이 형편없다고요? 예술적인 일탈이었습니다. 전...
남작: *해독 불가*
페이드: 그게...
남작: *해독 불가*
페이드: 맞습니다. 생각이 부족했으니 용서하세요. 구애는 잘되었습니다. 아주 진중하게 행동했고 아리스테도 잘 받아주는 것 같았어요. 아리스테라면 제 숨겨진 깊이를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남작: *해독 불가*
페이드: 자기는 모르는 것 같지만 푹 빠졌어요. 자기 생각에 부모가 원할 법한 대로 행동합니다. 전 그녀를 찾을 수 있었어요. 제가...
남작: *해독 불가*
페이드: 네, 삼촌. 그게 약혼과 평화를 끝장내기라도 합니까?
남작: *해독 불가*
페이드: 제가 가는 곳마다 피바다를 만드는 것 같네요. 당장 몸을 씻겠습니다. 좋은 저녁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남작: *해독 불가*
페이드: 거기 너. 하인에게 목욕 준비를 하라고 일러라. 내 칼도 가져오라고 해... 하인도 한 명 더 데려오도록. 난 거절을 잘 못 견디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