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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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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앗딥: 아리스테 아트레이데스의 일기
캥거루쥐. 무앗딥. 프레멘이 높이 평가하는 동물이다. 행성의 두 번째 달에 그 모양이 있다고 하며, 별자리도 있다. 신화 속을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영리한 땅의 정령. 이 작은 생명체는 우리 모두에게 사막 생존법을 가르칠 수 있다. 프레멘어로는 ‘생쥐’, 혹은 ‘선생’을 뜻한다.

학문적으로나 어떻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무앗딥은 나에게 개인적인 의미가 있다. 거울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해리가 일어난다. 눈앞의 얼굴이 낯설어지는 것이다. 자기 몸과 정체성으로부터 흘러나온다고 할 수 있다. 무앗딥을 볼 때면 그런 해리를 느낀다. 묘하다. 마치 다른 시간대, 다른 현실에서 그것의 상징이...

아니다. 놓치고 말았다. 머릿속을 맴돌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강하게 움켜쥐려 할수록, 손 틈새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달아나 버린다.
식물: 술 취한 사막 일꾼의 고함
모티머가 나더러 빌어먹을 꽃빨이라길래 한 방 세게 날려줬지. 눈썹뼈가 동굴 입구를 덮친 눈사태처럼 눈구멍에 덮일 정도로 말이야. 이제 전처럼 윙크는 못 할걸. 이게 다 시체즙을 먹기 싫어하는 걸 물러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빌어먹을 멍청한 놈들 때문이야. 뭘 마시려 해도 시체가 없을 때도 있다고. 그러니 똑바로 새겨들어.

달맞이꽃이라고 있어. 이 주변에서 빨간 꽃을 피우지. 꽃잎이 기가 막히게 연해. 수분 섭취하기 좋지.

가난뱅이 풀도 있지. 거의 아무 데서나 자라. 아무 맛도 안 나. 엄청나게 열심히 찾아도 골무나 하나 채울까. 그리고 양파 풀이라는 것도 있어. 맛은, 뭐, 빌어먹을 양파 맛이지.

향로 덤불이라고 하는 게 있어. 프레멘은 그걸로 향로를 만들지. 프레멘은 이렇게 강인하고 뿌리가 깊은 식물이나 모래 버베나, 사구아로, 굴풀을 키우는 방법을 알았던 거라고.

또 듣자 하니 이 식물종 중 일부는 한 식물학자가 창조자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가 생겨난 거라고 하던데.
사막 매: 깨끗이 뼈만 남은 해골에서 발견된 메모
수송대와 떨어지고 말았다. 다리가 작살나서 제구실을 못 한다. 신이시여, 이제 저녁이다. 출혈이 멎었다. 사막복을 입고 봉해 봐야지. 나중에 업데이트하겠다.

새벽이다. 사막 매가 맴돈다. 고향에서 매는 아트레이데스 상징이었다. 공작님은 도착하자마자 매에 친근감을 느끼셨다. 리에트 카인즈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썼다. 음식을 찾고 물을 보존하는 방법에 대한 거였다. 나한테 가르쳐줬다면 좋을 텐데. 나중에 업데이트하겠다.

오후다. 사막복이 제 기능을 못 한다. 목말라. 매가 근처에 앉아 있다. 포식자지만 청소부 역할도 마다하지 않지. 옛 지구의 오랜 전통인 풍장이랄까. 프레멘은 매를 저승사자로 여겼다. 나중에 업데이트하겠다.

목말라! 팔을 흔든다. 매가 다가오면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알려야 하니까. 영양분 낭비다. 난 먹이가 아니라고.

밤이다. 목말라. 매가 사방에 있다. 신이 난 듯 고개를 까딱거린다. 인간의 얼굴. 내가 아는 이들. 발톱이 아닌 인간의 손이 나에게 다가온다. 집으로 데려다줘.
사막 박쥐: 파이터 드 브리즈의 개인 기록
익수목에 속하는 사막 박쥐는 옛 지구에 살던 종의 후손이며 놀라운 적응 능력으로 아라키스라는 혐오스러운 요람에서 번성하였다. 내 관심 대상은 오로지 디스트랜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개량된 익수목인 시엘라고이다. 디스트랜스 기술은 동물 속에 정보를 심고 나중에 회수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렇게 잠재의식 속에 보관된 메시지는 정확한 단어 또는 구절을 말하여 회수할 수 있다. 아라키스의 특정 암살자와 마찬가지로 프레멘도 디스트랜스 동물을 비밀 통신에 사용한다. 프레멘 시에치에는 박쥐가 우글거리는 둥지 같은 구멍이 있었다. 깊은 동굴 속에서 자기 배설물 사이에 쭈그리고 앉아 몸을 숨긴 동물이라... 프레멘과 박쥐 사이의 유대 관계가 분명히 드러나는 것 같다.

참으로 의아하다. 프레멘이 박멸되었는데도 이 수없이 맛깔난 비밀들은 어떻게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걸까?
침략하는 선인장: 데렉 치나라의 현장 메모
아라키스에서 발견되는 대형 선인장은 프레멘의 것을 비롯한 어느 고대 기록과 예술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이 선인장이 오래전 버려진 구 제국의 식물 연구실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무너져가는 문명이 남긴 이 식물은 아라키스로 퍼져나가 적응하며 환경을 미묘하게 바꾸었다. 생명이란 집요하고 저돌적인 것. 생명은 초대나 환대 없이도 뚫고 들어갈 방법을 찾아낸다.

파도트 카인즈는 식물을 개량하고 직접 아라키스에 들여왔다. 쉽지 않지만 파도트가 들여온 종과 사라진 연구실에서 유래한 종을 구분하려고 노력 중이다. 고대 건축물의 소재가 전부 파악된 것은 아니다. 그곳에서 또 무엇이 자랐을까? 또 무엇이 탈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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