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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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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도적의 고백
조약돌에 잔자갈, 바위 박편, 잔모래, 일반 모래, 가루 모래까지 다 있어. 마지막 건 부드러운 놈이야, 아이의 꿈처럼 부드럽지. 사막 텐트를 쉽게 박을 수 있어. 램지는 항상 자랑을 했지, 그랬고말고. 당국을 피해 도망 다닐 때 제일 잘 잤다고 자랑했지. 자기는 수 마일 안에서 가장 부드러운 모래가 있는 곳을 찾아낼 수 있다고, “프레멘들의 수면 방식이지”라면서 말이야. 그런 모래 쿠션에서 자고 나면 램지는 응석받이 귀족보다 더 개운하게 일어나곤 했다니까.

난 아냐. 사양이야. 등에 배기는 돌덩이가 한 세 개쯤은 있는 데서 자는 게 현명하다고 보거든. 물론, 등뼈는 아파서 뒤틀리지만,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잖아. 아무도 나에게 몰래 다가오지 못해. 난 먼지 한 톨보다도 가벼운 잠을 자거든.

램지는 어떻게 됐냐고? 자다가 목을 썰렸지. 그래도 아주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을 거야.
상인의 보고
안타깝지만 물건을 거의 잃어버리고 말았다. 내 몸도 간신히 건사할 정도였다. 도적들이 쫓아와서 아라키스에 똑바로 가는 길로 수송선을 몰았다. 비행 중에 드럼 샌드 위를 지나왔는데, 모래알의 균일함, 밀집도 등 여러 요인이 적절히 합쳐지며 탄생하는 흥미로운 현상이었다.

정말 초자연적인 효과였다. 가장 기이한 음악을 듣는 것 같달까. 한 번의 발소리로 원시적인 운율의 드럼 소리가 반복되었다. 우리 수송선은 몸 안까지 흔드는 불협화음을 일으켰고 곧 벌레들이 나타났다.

나를 비롯한 몇 명은 바위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착한 사람이든 도적이든 나머지는 벌레에 잡아먹혔다.
사막 일꾼의 취중 잡담
다들 항상 벌레 이야기를 하지. 벌레가 나타날까 봐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이거야. 하지만 사막에서 위험한 건 벌레가 아냐. 벌레만 사람을 잡아먹으려 하는 건 아니라고. 땅마저 사람을 잡아먹고 싶어 한다니까!

벌레를 찾는 동안 발목을 잡는 건 유사와 먼지 구렁이야. 그 신호를 알아채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불규칙하게 걸음을 옮기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아라키스의 먼지와 모래는 다른 행성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거든. 이곳의 먼지와 모래는 예의가 없달까, 헤헤!

한 잔 더 사주면 방법을 알려줄 수도 있어.
아리스테 아트레이데스의 일기
아라키스 탐색 중 가장 당혹스러운 점 중 하나는 모래를 종잡을 수 없다는 거다. 폭풍은 지형 전체를 바꿔놓거나 지형물을 통째로 없애거나 덮어버릴 수 있다. 언뜻 평온해 보이는 밤에도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바뀌기도 한다. 꿈과 함께 방향 감각도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프레멘은 쉽게 변하고 변덕스러운 사막에서도 어렵지 않게 길을 찾는 듯하다. 프레멘은 이를 잘 아는 이의 얼굴에 비유했다. “어머니가 얼굴을 찡그린다고 해서 못 알아볼 사람은 없다”라는 속담 같은 게 있을 정도다.

프레멘은 모래 언덕이 표정을 바꿀지라도 모래 언덕의 얼굴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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